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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 페라리> 간단 후기

빗도 2019. 12. 16. 23:24

1. 자동차 회사에겐 기술력 과시를, 젊은 관중에겐 로망을 심어주는 프랑스의 르망 24시 레이스.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며 일반 도로에서 24시간 동안 레이싱을 해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이다.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르망 5연패로 사실상 레이스를 대표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페라리 사를 상대로 도전하는 미국 포드 사와 포드 사에 고용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 포드 사의 최종 목표인 '르망 대회 우승'을  본격적으로 레이싱이 펼쳐지는 후반 이전까지는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동안 초중반부에서 주변에서 "졸리다"라는 말이 제법 많이 들렸다. 중간중간 빵 터지는 재미난 대사도 있었고 불필요하고 느껴진 장면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연대기'라는 특성상 전체적으로 진지한 분위기라 어쩔 수 없는 듯.

 

3. 비록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고 레이싱은 더더욱 문외한인 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감상했다. "와! 엄청 신나고 재밌어!"라기보다는 "신기해. 작은 지식이 늘었다!"라는 느낌? 난 애초에 이 영화가 실화 기반인지도 몰랐다....

 

4. 영화는 레이싱 측면에서의 포드 대 페라리의 대결 구도, 기업인 측면에서의 임원과 일개 직원간의 갈등이라는 두 개의 큰 맥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캐롤 셸비와 켄 마일즈가 서로 투닥거리는 건 그래도 친구 간에 있을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귀여운 일시적인 갈등인 반면, 포드 부회장과 셸비 간의 신경전은 정말이지 이기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냉혹한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답답하고 씁쓸했다.

 

5.

"7,000 RPM. 7,000 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그 순간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 캐롤 셸비

"저길 봐. 저기 퍼펙트 랩이 있어. 실수도 없고 모든 기어 변속과 코너 공략이 완벽한 랩. 보여? 대부분은 못 봐. 대부분은 존재도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해." -- 켄 마일즈

 

영화의 시작과 끝에 셸비와 마일즈의 나레이션으로 언급되는 '7,000 RPM', 그리고 영화 중간에 마일즈가 자신의 아들에게 말해주는 '퍼펙트 랩'에 대한 설명이 너무 인상 깊고 멋있었다.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도 하고 영화 후반부의 주인공들을 나타내기도 하는 문구인 듯.

 

6. 결말은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허무하기도 했지만, 바로 직전에 마일즈의 7,000 RPM 나레이션 덕분에 굉장히 진한 여운을 받을 수 있었다.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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