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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신카이 마코토 展> 관람 후기

빗도 2018. 7. 13. 21:29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전시회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기에 개관 첫날인 오늘 호다닥 다녀왔다. 작년 12월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 겸 갔던 일본 도쿄 여행 때 미처 사전에 알아보지 못한 탓에 국립 신 미술관 <신카이 마코토 展>을 눈앞에 두고 손가락만 빨아야 했던 한을 드디어 풀었다. 물론 작품의 본토인 일본 전시회보다는 규모나 콘텐츠 면에서 부족함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 예술기관이자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주로 여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 않나 생각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0원으로, 7,000원이었던 <너의 이름은。展>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비싸긴 하지만, 이번 <신카이 마코토 展>은 <너의 이름은。>은 물론,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모든 작품을 다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장료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만족스러운 전시회였다.



한가람 미술관 2층 복도에서부터 싱그러운 일러스트가 반겨준다.



티켓팅 후 보이는, 본격적인 전시회가 시작되기 직전의 입구.



전시회는 단연 감독 소개부터 시작됐다. 연혁표로 알아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그의 작품 일람. 연혁표에 당시의 시대상황이 함께 적혀있어서 그의 작품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 <신카이 마코토 展>의 독자 콘텐츠인 '180도 와이드 스크린'. 이름만 거창하고 사실 스크린 5개를 커브드 디스플레이했을 뿐이지만, 바닥에 프린트된 작품 속 명대사들과 끊임없이 재생되는 다채로운 색감의 영상들 덕분에 의외로 한동안 넋 놓고 감상하게 된다. 종이(장면)가 흩날리는 표현도 빠르게 많은 장면을 보여주려는 느낌을 잘 나타낸 듯.


전시회의 시작부를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별의 목소리>부터 <너의 이름은。>까지 작품별로 나누어 작품 설명, 기획서, 작품별 작화 자료, 그림 콘티, 장면 컷, 설정 자료, 색채 자료, 미술 자료, 영상 자료 등을 소개한다. 다만 이 부분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던 터라 사진은 촬영 가능 구간 일부만 올려본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코너에 있던 전시품. 작품 속 주인공들이 만든 비행기 '벨라실러'의 모형이 거대 탑 배경과 함께 입체적으로 전시되어있었다.



<초속 5센티미터> 코너에 있던 스크린 배경 포토존. 한국 <신카이 마코토 展>의 또 다른 독자 콘텐츠로 "프로젝터 매핑을 이용해 애니메이션 속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합니다."라는데, 독자 콘텐츠라고 내세우기엔 어쩐지 조금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초속 5센티미터>의 OST '추억은 머나먼 날에(Omoide wa Tooku no Hibi)'가 계속 흘러나와 뽕이 한껏 차오르는 구간이었다. 연인과 함께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작품 속 주인공인 타카키와 아카리처럼 보일지도?



<별을 쫓는 아이> 코너에 있던 전시품. 작품 속 주인공 아스나의 애완동물인 미미와 아가르타의 문지기 케찰코아틀 모형이 전시되어있었다.



<언어의 정원> 코너에 마련된 아주 특별한 공간. 작품 속 핵심 장소인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놨다. 특히 작품 엔딩 크레딧 이후에 나오는 보너스 영상의 구두 장면을 재현해 놓은 게 가장 인상 깊었는데, 타카오의 독백까지 적어놔서 역시나 뽕이 한껏 차올랐다.



그리고 실컷 차오른 뽕을 한 번에 날려보내준 충격과 공포의 <너의 이름은。> 타키와 미츠하 등신대 모형. 하필 관람이 거의 다 끝나가는 마지막 구간에 배치해놔서.......


<별의 목소리>부터 마지막 <너의 이름은。>까지 구경할 거리도 많고 작품 구간별로 OST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뽕이 실컷 차올랐다. 마지막의 타키와 미츠하 등신대 모형만 제외하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자료들을 보며 초기에 어떻게 이 많은 걸 혼자 생각하고 처리할 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잔뜩 들었다. <초속 5센티미터> 코너에서 '미술 배경 및 50장의 레이어를 35장으로 정리한 벚꽃 레이어 제작 공정'을 봤을 땐 이 장면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정성을 들여 작업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언어의 정원> 코너에서 빛과 반사색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나니 막연히 느꼈던 작화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느껴졌다. 확실히 <언어의 정원>부터 작화의 격이 달라졌던 것 같다.


<너의 이름은。> 코너까지 구경을 마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너의 이름은。> OST '스파클'에 맞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 작품을 비슷한 장면, 상황, 대사, 감정 등으로 짜깁기한 영상이 흘러나오는데, 화면도 큼직하고 스피커도 빵빵하고 노래는 최고인데다 영상 편집은 또 기가 막히게 해놔서 아주 그냥 뽕의 결정체였다. 결국 세 번이나 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전시회의 끝은 이전 <너의 이름은。展>때와 마찬가지로 '원화 따라 그리기'였다. 하지만 콘텐츠는 똑같아도 규모가 더 커졌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인 만큼 모든 주인공 캐릭터들이 드로잉 대상이었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똑같은 타키와 미츠하를 그리고 말았는데, 다른 캐릭터들도 준비된 만큼 <언어의 정원>의 타카오와 유키노 선생을 그릴 걸 하는 후회가 뒤늦게 들었다.



전시회 출구를 나오면 이내 굿즈샵을 이용할 수 있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통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 흔한 굿즈들만 있었고, 일본, 대만 등 해외 전시에서 제작되었던 한정판 굿즈라던가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는 다양한 굿즈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처음 본 굿즈는 <너의 이름은。> 우산 정도? 타키가 입었던 'HALF MOON' 티셔츠가 있으면 사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오던가 해야겠다.


전시회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고 뽕을 한껏 재충전할 수 있는 귀중한 전시회였다. 기회가 되면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관람하고 싶다. 다만 굿즈샵은 아직까진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기 힘들었기에, 나 같은 혼모노 기준으로 오로지 굿즈샵을 목표로 한 방문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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