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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리뷰]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빗도 2018. 7. 10. 22:37

7월 19일에 개봉 예정인 극장판 애니메이션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이 CGV에 선관람 핫딜로 올라온 덕분에 개봉일로부터 9일이나 앞서 관람할 수 있었다. 사실 그다지 관심이 있던 작품이 아니었고 예고편을 보고도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의 오카다 마리 감독이 오래전 매우 감명 깊게 봤던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를 집필했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자신의 안에 있던 잊어버렸던 기억을 간질거린 멋진 영화였다. 감독으로 만든 첫 작품이 이 정도라면 질투도 나고 초조하기도 한다"라는 평 하나만 믿고 관람하게 됐다.



이것은 영원을 살아가는 한 소녀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


'이별의 혈족'이라 불리는 요르프는 인간과 같은 외견을 지니고 있지만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수백 년을 사는 고대의 존재다. 그런 요르프들은 '히비오르'라 불리는 베를 짜며 의사소통을 하고, 지금은 없는 다른 고대의 존재들을 기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온화한 일상은 장수의 피를 요구하는 메자테 군에 의해 파괴된다. 모든 것을 잃고 외톨이가 된 요르프의 소녀 '마키아'는 숲을 방황하던 중 부모를 잃은 아기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자신 또한 고아였기에 더욱 마음이 갔던 걸까? 마키아도 고작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기에게 '아리엘'이란 이름을 지어준 뒤 그를 키워 나가기로 결심한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떨지는 이미 시작부터 누구나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수백 년을 살아가는 요르프에게는 길고 긴 히비오르의 한 가닥일 뿐이지만,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사랑했던 한 인간의 일생 이야기를 참 가슴 아프게도 담아냈다.



이별이 언제나 슬픈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장로에게서 들었던 "이 마을을 나가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그땐 진실로 외로워 질 것"이라는 말처럼, 마키아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하나뿐인 가족 아리엘을 떠나보내면서 큰 슬픔, 외로움과 함께 결국 다시 외톨이가 됐다. 수백 년을 살아가는 요르프와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 분명히 이 이야기의 끝이 이럴 거라는 건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평생을 살아가는 마키아에게 아리엘의 성장은 이별의 문턱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마키아의 말처럼 "이대로 자라지 않으면 좋을 텐데"가 와닿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당연한 이야기의 끝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남아있었다. 마키아는 과거를 회상하며 아리엘과의 만남과 이별이 자신에게 큰 행운이자 행복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마키아는 장로의 말이 틀렸다고, 이별이 언제나 슬픈 것은 아니라고 정정한다.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


모성을 주제로 펼쳐지는 갈등과 해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없던 모성애도 생기게 한다. 마키아는 본인도 아직 어린 나이인데다 아기를 돌본 경험도 전무하지만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부단히 노력하며 한없이 강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모습은 대단함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시작에 있어서 개연성에 의문이 든다. 수동적이고 내향적인 여성이 전쟁통에서 버려진 갓난 아이를 만나 키운다. 여성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강해지고, 그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둘 다 '외톨이'라는 점 빼고는 이 인연을 뒷받침할만한 요인이 전혀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주변 인물인 레일리아는 메자테 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와 메자테 왕자의 아이를 낳게 되는데, 출산 후 자신의 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하게 격리하는 바람에 딸을 매우 그리워한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낳은 아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자식이라며 만나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딸 메드멜을 만나게 되자 레일리아는 메드멜에게 자신을 잊으라고 말하고는 사랑했었다며 떠나고, 메드멜은 어머니를 처음 봤지만 아름다운 분이라 말하며 어머니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어쩐지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찬가지로 모성을 주제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늑대아이>가 떠올랐다.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어설픈 주변 인물들과 애매한 전개


마키아와 아리엘의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인물 간의 사건들이 진행되는데, 굉장히 어설픈 데다 그 중요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 또한 호불호가 많이 갈릴만 하다. 개인적으로 눈물 펑펑 쏟는 극적인 장면이 크게 한방 있길 기대했지만 그다지 눈물 쏟을만한 장면은 없었고, 억지 신파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세계관과 설정은 훌륭하지만 서사와 감정묘사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뜻밖의 엔드 카드


엔드 카드는 애니메이션의 가장 마지막에 공개하는 일러스트로 일종의 서비스컷, 보너스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은 없지만 엔드 카드가 존재한다.

레나토를 타고 탈출한 마키아와 레일리아가 요르프 마을에 다시 정착한 장면인데, 잊지 말고 꼭 보길 추천한다.



영화관 입장 시에 좌측 A3 사이즈의 포스터를 나눠줬다. 기존에 공개되지 않은 흑백 버전 포스터인데 뜻밖의 득템이라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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