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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리뷰] 살인자의 기억법

빗도 2017. 9. 26. 22:30

지난주, 생일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사실은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싶었지만 그땐 아직 개봉하지 않았던 관계로 대신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 사실 가족 모두 이 영화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다. 예고편은 언뜻 본 것 같지만 당연히 눈여겨보지 않았었기에 어떤 내용일지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에선 아무도 없었다. 그저 범죄/액션/스릴러라는 것만 알고서 감상했다.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에서 알 수 있는 '알츠하이머'와 '살인범을 쫓는다' 두 소재에서 영화 <메멘토>를 떠올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그냥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영화였다. 같은 소재지만 반전이나 이야기 전개는 <메멘토>쪽이 압도적으로 좋았고, <살인자의 기억법>은 조금 뻔한 전개와 허무한 결말만이 존재했다.



설경구의 연기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빛났다. 극 중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기억 상실의 전조증상인 얼굴 경련을 연기할 때면 그저 굉장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물론 알츠하이머 증상을 현실에서보다 훨씬 더 과장하여 표현하긴 했지만, 그만큼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잘 유도했다고 생각한다.

김남길 또한 그 특유의 사이코적인 모습을 잘 나타냈고, 설현은 하나뿐인 아버지를 보필하며 걱정하는 예쁜 딸의 모습을 보여줬다. 오달수는 언제나의 오달수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영화 시작부이기도 한 그 장면이 어떤 반전을 의미하는 건지 아직도 헷갈린다. 대부분의 리뷰에서는 그저 설경구의 기억이 여전히 그때 그 순간에 멈춰있는 거라는 얘기가 정설인 듯한데, 나는 '이중인격'이라는 반전을 떠올렸다. 사실 정말로 이중인격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꼬여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허무한 결말이 아니길 내심 바랬다. 하지만 그 허무한 결말이 맞는 듯.



블로그에 이렇게 올리는 모든 포스트에 대해서 항상 최선을 다해서 가장 진솔하게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으려 노력하는데, 이번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해서는 솔직히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큰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고, 그나마 가장 치열한 영화 후반부마저도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그저 그랬다.


웬만하면 남들이 재미없다는 영화도 대부분 재밌게 잘 보는 편인데, 이건 참.... 영화를 봤으니 리뷰를 쓰긴 쓴다만, 포스트 하나를 너무 날로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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