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도의 블로그

[리뷰] 코코 본문

잡담

[리뷰] 코코

빗도 2018. 1. 20. 18:38


가장 황홀한 곳에서 가장 놀랍고 감동적인 모험이 펼쳐진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가족의 필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몰래 뮤지션을 꿈꾼다. 가족들이 음악을 증오하는 이유는 과거 미구엘의 고조부가 음악을 하겠다며 가족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 미구엘은 어느 날 우연히 조상들을 모셔놓은 제단의 고조부모 사진에서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발견하고는 자신에게 뮤지션의 피가 흐른다는 걸 깨닫는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죽은 자의 날'에 집을 뛰쳐나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저승에서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저승에서 자신의 조상에게 조건부 축복을 받는 방법뿐. 다행히 미구엘은 자신의 조상을 금방 만나게 되지만, 이승으로 돌아가는 조건에 '음악을 하지 말 것'이 붙자 미구엘은 자신의 고조부이자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에게 축복을 받기 위해 도망친다. 그리고 에르네스토를 알고 있다는 낯선 남자 헥터를 만나면서 고조부를 찾기 위한 저승에서의 모험이 시작된다.



가족의 사랑, 자신의 꿈, 그 선택의 기로에서


미구엘은 자신의 꿈과 재능을 믿고 운명을 건 모험을 떠난다. 미구엘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포기했다면 저승에서 처음 조상들에게 축복을 받고 이승으로 돌아왔을 때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구엘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고조부는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이며 자신에겐 뮤지션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그래서 미구엘은 조상들을 뒤로하고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고조부를 찾아 저승을 헤맨다. 뮤지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축복받기 위해서. 가족의 걱정과 사랑을 뿌리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났던 모험이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크고 다양한 주제로 확장된다.



사람들에게서 잊힌다는 것... '죽음'의 의미


헥터는 죽은 자의 날에 이승에 다녀오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가족이 이승에서 죽은 자의 사진을 제단에 모시고 있어야만 죽은 자의 날에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있다는 엄격한 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헥터의 가족은 제단에 그의 사진을 올려놓지 않았고, 그를 기리고 있지 않다는 것. 헥터와 미구엘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함께한다. 미구엘의 부탁은 자신을 에르네스토에게 데려다주는 것이고 헥터의 부탁은 이승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놔달라는 것이다. 헥터는 에르네스토는 저승에서도 여전히 전설적인 가수였고, 저승에서 매년 열리는 가요제에서 1등을 한 사람을 자신의 파티에 초대한다는 걸 알려준다. 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기타를 빌리는 과정에서 늙은 망자 치차론의 '마지막 죽음'을 목격한다. 망자는 이승의 가족들에게서 완전히 잊히게 되면 저승에서 또한 완전히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만화 <원피스>에 이런 대사가 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 깊숙이 총알이 박혔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맹독 버섯 수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혔을 때다!"

이러한 죽음에 관한 관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관객들은 <코코>를 보며 사람들에게서 잊혀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이승에 가지 못하는 헥터의 심정이 어떨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과 의문의 사나이 헥터의 유쾌한 콤비 플레이!


<코코>는 우연히 죽은 자의 세상으로 들어가 해가 뜨기 전에 원래 세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소년 미구엘과, 그를 돕는 대신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헥터의 세대와 세계 차이를 극복한 우정을 그린다. 낯선 세계에서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미구엘과, 그런 미구엘을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적절한 조언을 건네는 헥터의 모습은 관객들을 자연히 미소 짓게 만든다. 전혀 관련성이 없는 것 같았지만 점차 공통분모를 발견해나가며 가까워지는 두 캐릭터의 티격태격하는 관계가 극을 이끌어가며, 디즈니&픽사의 전매특허인 믹스 매치 콤비 플레이를 성공시킨다.


미구엘과 헥터 콤비뿐 아니라, 다양한 매력의 캐릭터들이 각양각색의 존재감으로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미구엘에게 기타를 건네는 마리아치를 윽박지르면서도, 손자에게는 빵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반전 매력의 할머니,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가지만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증조할머니 마마 코코, 가족을 버리고 음악을 하러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강경한 음악 금지령을 내린 고조할머니 마마 이멜다 등 미구엘의 가족들은 모두 독특한 특징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을 사랑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Remember Me


영화에서 죽은 가족과 친구들은 이승에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죽은 자의 날에 마리골드 꽃길을 건널 수 있다. 떠나야만 했고, 잊혀 가고 있는 이들의 간절함과 사랑, 소망을 노래한 이 곡은 영화에서 가장 뜨거운 장면에 흐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자연히 소중한 사람을 떠오르게 하고, 뭉클한 기분을 자아내며 <코코>의 신드롬 포인트가 음악인 이유를, <코코>의 제목이 '코코'인 이유를 관객들이 자연스레 느끼게 하는 폭발력 역시 갖추고 있다.



안 봤으면 분명 후회했을 영화


스토리도, 주제의식도, 음악도, 영상미도 전부 마음에 쏙 드는 영화였다. 며칠만 더 빨리 봤더라면 용산 IMAX로 관람할 수 있었을 텐데 IMAX를 놓친 게 지금 드는 가장 큰 후회. OST 'Remember Me'가 롱버전이 없는 게 아쉽다. 아무튼 참 좋았다. 강추!


+ <코코> 시작 전 디즈니의 단편이자 <겨울왕국>의 후속 보너스 영상인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가 예고도 없이 시작되는데, 말이 단편이지 무려 21분으로 길이가 굉장히 긴 편이다. 내가 관을 잘못 들어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내용도 그다지 재밌지도 않고 노래도 본편에 비해 임팩트가 매우 떨어져서 솔직히 시간이 아까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