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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리뷰]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

빗도 2017. 8. 13. 23:38


명탐정 코난은 어렸을 적부터 만화책이나 TV 만화채널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고 한때 즐겨보기도 했었지만, 사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전혀 보질 않았었다. 그리고 코난 극장판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누나와 만화 얘기를 하다가 최근 개봉한 코난 극장판 얘기가 나오게 됐고, 요즘 코난은 어떤지 문득 궁금해져서 즉흥적으로 예매하여 관람하게 되었다.



이번 극장판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의 메인 소재는 '카루타'라는 일본의 전통 카드 게임이었다. 아직도 카루타의 정확한 룰은 잘 모르겠지만 유명한 보드게임인 '할리갈리'와 비슷한 게임인 듯하다.

이야기는 카루타 대회를 녹화할 예정이었던 어느 한 TV 방송국의 테러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후 코난과 헤이지는 카루타 대회와 카루타 회(단체)에 대한 위기를 눈치채고 이를 막고 범인을 밝히려 동분서주한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 헤이지의 소꿉친구인 카즈하와 카루타 대회 고교 챔피언 모미지는 그들에게 다가올 위기를 깨닫지 못한 채 헤이지와의 약혼을 놓고 시합을 벌이게 된다. 이번 극장판은 사실상 헤이지의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카루타에 얽힌 테러와 살인 사건에 대한 추리와 더불어 헤이지와의 약혼을 놓고 펼쳐지는 카즈하와 모미지의 시합이 제법 흥미진진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는 '범인이 누굴까? 범행 동기는 뭐지?'라는 추리보다는, 카즈하와 모미지의 대결이 더 재밌고 기대됐다. 러닝타임 113분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깜짝 놀랐을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그만큼 재미와 몰입도는 좋았다.



다만 나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였음에도 코난 에피소드의 결말이 대부분 그렇듯 결말은 조금 허무했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나 큰 사건을 계획했단 말이야?'가 범인과 범행 동기가 밝혀진 후반부에 든 생각. 좀 더 납득할만한 스토리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조연들의 비중이 너무나 작다는 것. 이번 에피소드 주연들의 비중이 워낙 컸던 탓이지만, 하다못해 위기에서 멋진 발차기로 주인공들을 구해주던 란조차 이번엔 그저 주인공들을 걱정하는 조연일 뿐이었다. 게다가 코난의 친구들 3인방은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안 나왔어도 스토리 전개에 전혀 영향이 없는 정도.



내가 모르던 사이에 코난 놈은 장비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원작 만화 초중반만 해도 폴더형 피처폰이나 겨우 쓰던 놈이 이젠 스마트폰을 밥 먹듯 꺼내서 사용하고, 안경은 아주 구글 글래스가 따로 없다. 특히 길이를 늘일 수 있는 멜빵을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는데, 이번 극장판 외에도 이걸로 건진 목숨만 수십 개는 되지 않을까. 시대가 변했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코난 세계관에서는 2년도 안 흐르지 않았던가? 아무튼 장비가 대단해.



초반부 방송국 테러 장면에서 코난이 탈출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극장이었으므로 소리 내어 웃진 않았지만, 너무 어이없어서 계속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엄청 고생했다. 어느샌가 코난 제작진이 말도 안 되는 액션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넣는 경향이 있는 듯. 이 장면은 지금 생각해봐도 진지하게 멋있으려고 넣은 장면인지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카즈하가 카루타 시합을 대비해 연습하는 장면에서 카드가 날아와 모리 탐정 옆에 꽂히는 연출은 관객들에게 제대로 통했다. 관객 대부분이 제법 큰 소리로 웃어서 나도 같이 마음껏 웃었다. 이 외에도 중간중간 소소한 코믹 연출이 조금씩 있었음.



영화가 굉장히 애매하게 끝난다. '정말 이렇게 끝? 이상한데?' 싶을 정도로 정말 애매한 순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후에 에피소드의 뒤 내용이 있으니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자리를 뜨지 말자! 어차피 뭔가 이상해서 자리를 일어나지 않고 지켜보게 될 테지만.

그리고, 엔딩 곡이 꽤 좋다. 정말로, 살짝 당황하면서 어이없는 찰나에 예상외의 좋은 곡이 흘러나와서 많이 놀랐다.



그래도 재밌게 잘 감상했다. 이번 포토 티켓은 조금 특별하게 한글판 공식 대표 포스터가 아닌 일본 포스터 버전으로 출력해봤음.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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