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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리뷰] 택시운전사

빗도 2017. 8. 8. 23:19


용산 IMAX 덕에 크게 기대했던 <덩케르크>가 예매 경쟁 실패로 좌절되고, <군함도>는 스크린 독점으로 개봉 전부터 욕 많이 얻어먹더니 결국 작품성까지도 지적받으며 침몰하던 차에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가 개봉했다. 가족이 다 함께 영화관을 찾은 지도 꽤 오래됐기에 오래간만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가족에게 <택시운전사> 예고편을 보여준 뒤 덜컥 4좌석을 예매했다. <군함도>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어쩌면 조금은 민감할 수도 있는 '광주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라기에 영화를 보기 전부터 살짝 걱정했던 것도 사실. 다행히도 가족 모두 관심을 가지며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가족이 다 같이 <택시운전사>를 보러 갔다.



송강호는 언제나의 송강호 그대로였다. 조금 바보 같지만 유쾌한 캐릭터. 영화는 송강호가 연기한 서울의 개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큰 장르는 탈출 스릴러지만, 중간중간 꽤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물론 극적인 전개를 위한 억지 감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재식(류준열)의 죽음이라든지 후반부 황태술(유해진)을 필두로 한 광주 택시운전사들의 희생 같은 부분 말이다. 하지만 난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재미를 위해 과장과 각색을 상당히 많이 한다. 물론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지만, 그 결과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왜곡'이 되어버리는 경우(이를테면 <명량>이나 <군함도>)는 잘못됐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택시운전사>는 상당히 사실을 기반으로 한 부분이 많다. 나는 '광주 사태'만이 사실이자 소재이고 '택시운전사'는 그저 영화 전개를 위한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택시운전사 김사복과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 즉 영화 그 자체가 실화 기반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영화 결말부 이후에 힌츠페터의 실제 인터뷰 영상과 관련 기사 등이 나오는데, 힌츠페터가 "광주 사태 당시 생사를 함께 했던 김사복을 죽기 전 꼭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해 영화의 사실성과 몰입감, 그리고 감동을 더한다.



물론 각색되었으므로 영화가 100% 사실만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그 유명한 '애국가 제창 후 발포'는 힌츠페터가 현장에서 보지 못했기에 과감하게 생략하는 한편 '광주 MBC 화재 사건'을 조명하는 식으로 최대한 김사복과 힌츠페터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단연 영화 후반부. 광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서울 택시를 광주 택시로 위장했지만, 검문소에서 숨겨뒀던 서울 번호판을 들키게 되는데, 이를 보고도 눈감아 준 어느 중사 계급의 군인(엄태구)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는 것에 굉장히 쇼크. 그는 당시 비록 군인의 신분이지만 깨어있는 지식인이지 않았을까.



비록 위르겐 힌츠페터 씨는 2016년에 숨을 거두어 이젠 김사복을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김사복 씨가 만일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떨지.... 김사복 씨 또한 생사를 함께 하던 그때의 힌츠페터를 떠올리며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안타깝고 아쉽고 그리워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무난한 영화였다. 특별히 굉장하거나 돋보인 부분은 없지만 반대로 지적할만한 부분 또한 없다고 생각된다. 만족도로 따지면 나는 꽤 만족스러웠다. 가족들도 오랜만에 괜찮은 한국 영화를 본 것 같다는 평. 현재 네이버 영화 평점은 9.3 점으로 아직 개봉 초기라 높게 측정된 것 같지만, 나도 9.0 정도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무난함에도 큰 흥행을 달리고 있는 건 당연히 영화 자체가 괜찮은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열심히 똥을 싼 <군함도>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함도>는 빠르게 망해버렸지만 <택시운전사>는 무난하게 천만 관객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봉 7일 만에 벌써 누적 관객 490만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듯.


어쨌든 이 영화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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