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도의 블로그

[2ch] 수명을 팔았다. 1년 당 1만 엔에 본문

그 외

[2ch] 수명을 팔았다. 1년 당 1만 엔에

빗도 2017. 9. 24. 19:58

1


「자신의 인생에는, 몇 엔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그런 질문 받은 적이 있었지.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 도덕 시간이었던가.


대부분의 학생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보면서,

최종적으로는, 수천만부터 수억이라는 결론을 내렸었어.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을 밀어붙이는 학생도 있었지.


어른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겠지.

적어도 나는, 실제로 수명을 파는 그날까지는,

자신의 인생은 2, 3억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10년이나 20년 정도 수명을 팔아 수천만을 얻어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행복한 60년과 그렇지 않은 80년이면,

전자가 절대로 좋을 테니까 말이야.


심사 결과를 봤을 때는 뒤집어질 뻔했었지.

아무래도 나의 일생(一生), 백만 엔도 되지 않는 거 같다.




4

20세의 7월 정도의 이야기인데,

그쯤, 나는 어쨌든 돈이 필요했다.


밥과 된장국 외에는 입에 대지도 못 해서 말이지,

수일 전, 웨이터 알바 중에 3번이나 쓰러져서,

슬슬 영양가 있는 걸 먹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돈이 되는 거라고 하면, 가구, 수십 장의 CD,

거기에 수백 권의 장서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지.


대부분 중고품이고, 그다지 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1개월 식비 정도는 될까 생각해서,

될 수 있는 한 신품에 가깝게 보이려고 열심히 청소해서,

단골 헌책방이나 악기점에 팔러 갔다는 얘기지.




7


헌책방의 할아버지는, 내가 책을 대량으로 팔러 온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라고 걱정해 주었다.

평소엔 쌀쌀맞은 할아버지였기에, 의외였다.


「종이는 맛있지 않으니까요」라고 내가 돌려서 말하니,

할아버지는 마음속 깊이 동정하는 듯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돈은 별로 주지 않았지. 저쪽도 빈곤하니까 할 수 없지만.


어중간한 돈을 받고 가게를 나가려고 하니,

할아버지는 「저, 하나 얘기할 게 있다.」라고 나를 붙잡았다.

돈이라도 주려는 걸까나?라고 생각해 「네?」라고 하며 돌아가니,


말하더란 말이지, 「수명, 팔 생각 없나?」라고.




8


늙는다는 공포에 드디어 헛소리까지 하냐고 생각하면서,

나는 반쯤은 그냥 얘깃거리 정도로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것 같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빌딩에,

수명의 매입을 행하는 가게가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거기서는 시간이나 건강조차도 팔 수 있지만,

수명은 특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지도와 전화번호를 적어주었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이야기, 할아버지의 소망이 만들어낸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리겠지.

조금 불쌍하게 생각했어. 죽는 게 무서운 거겠지, 라고.




10


나이 먹으면 죽는 게 무섭지 않게 되는 걸까나.


무서워어어어...




11


하지만 결국, 나는 그 빌딩에 향하게 되었다.

CD도 책도 가구도, 전혀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명을 판다는 이야기를 믿은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가능성을 생각했다고.

할아버지나 형님이 말했던 건 뭔가의 비유로,

사실은 굉장히 수지가 좋은 알바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리스크를 안는 대신에,

1개월에 백만 정도 벌 수 있다던가, 그런 거.


그런데, 약간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고,

눈이 마주친 점원 같은 여자가, 나를 보자마자

「시간입니까? 건강입니까? 수명입니까?」


라고 말하고 있으니, 웃을 수밖에.




12


일련의 사건들로 신경이 질려버린 건지,

나는 이제 생각하는 게 귀찮아져서, 「수명」이라고 대답했다.


「2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다」라고 여자는 말하며,

이미 양손은 PC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어이어이, 사람의 가치라는 게 2시간 정도로 아는 거냐?

나는 다시 한 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안경이 없는 안경점,

보석이 없는 보석점 같은 공간이라고 할까.


그래도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고, 사실은 이 안에

수명이라던가 건강이라던가 시간이 장식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뭐라는 거지. 언제까지 이 웃지 못 할 농담이 계속되는 거야?




13


역 앞의 광장에 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마지막 한대를 시간을 들여 맛보았다.

담배도 슬슬 그만두지 않으면, 하고 생각한다.

돈만 잡아먹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 말이지.


근처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노인이 있었는데,

그걸로 식욕이 솟아나는 자신이 한심했지.

조금만 더 있었다간 비둘기랑 같이 바닥을 쫄 뻔했다고.


수명, 비싸게 팔리면 좋겠네, 라고 생각했다.


역에서 시간을 때운 후, 나는 조금 빨리 가게로 돌아가,

소파에서 졸면서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20분 정도 지나, 내 이름이 불렸다.

미묘하네. 나, 한 번도 이름을 말한 기억이 없는데.




15


심사 결과를 보고,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1년에 1만 엔? 남은 인생 30년?


북오프에서도 좀 더 제대로 된 가격으로 쳐줄 거라고.

거북이나 뭔가의 결과랑 바꿔치기 당한 거 아니야?

하지만, 그곳엔 확실히 내 이름이 적혀있다.


「이거, 뭘 기준으로 정해지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심사표를 여점원에게 보여주었다.


「여러 가지입니다」라고 그녀는 귀찮은 듯이 답했다.

「행복도라던가, 실현도라던가, 공헌도라던가, 여러 가지」


분명, 이런 질문에 질린 거겠지.




16


여점원은 상세한 시스템을 가르쳐주었다.

사실은 가르쳐주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내가 너무 끈질겼던 거겠지.


특히 충격적이었던 정보는, 1만 엔이라는 것이,

수명 1년당 최저 매수 가격이라는 것.


말하자면, 내 인생은 한없이 무가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행복해지지 못하고, 그리고 누구 하나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무엇 하나 달성하지 못하고, 무엇 하나 얻을 수 없는 것 같다.


「문제가 없다면, 여기에 사인을 부탁드립니다」

여점원이 기다리다 지친 듯이 말하지만,

이걸 보고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정신병원에 가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때는 내 감각은 마비돼버려서 말이지,

자신의 물건이나 시간을 싸게 파는 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자포자기에 빠져, 이렇게 대답해버렸어.

「3개월만 남기고, 나머진 전부 팔겠습니다」




18


30만이 들은 봉투를 가지고, 나는 가게를 나갔다.


굳어버린 웃음만 나왔지.

뭐가 슬프냐고, 내 수명이 싼 이유,

나 스스로, 왠지 알 것 같단 말이야.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술집에 들러 대량으로 맥주를 사서,

나는 그걸 마시면서 밤길을 천천히 걸었다.


술 같은 거 마시는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지.

그래서 완전히 알코올 내성도 없어져 있어서,

나는 집에 와서 2시간 뒤에는 토했다.


남은 인생 3개월, 최저의 스타트를 끊었단 거다.




22


잠든 것은 새벽 4시 정도였지만,

이런 날에 한해서, 행복한 꿈을 꾼단 말이지.

초등학생 때의 꿈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여름방학의 꿈.

부모님의 차로, 소꿉친구와 캠프 갔던 때의 꿈.


아아, 울었었지. 자면서 울고 있었지.

무자비한 행복한 꿈에서 나를 구출한 것은, 초인종 소리였다.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으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여니, 본 적 없는 여자가 서있었다.

왠지 조건반사적으로 기뻐해버렸지만,

그 눈빛을 보고, 나는 생각해냈다.


그 녀석은 내 수명을 심사했던 여자였다.

「오늘부터 감시원으로 일하게 될 미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미야기라고 이름을 댄 여자는 나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감시원.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가.

숙취에 찌든 머리로 어제의 기억을 찾아보면서,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 번 더 토했다.




23


핼쑥해진 기분으로 화장실을 나오니,

감시원이 문 앞에 서있었다.

제일 앞자리에서 듣고 싶었던 걸까나, 내가 토하는 소리.


양치질을 하고 물을 3잔 마신 후,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어제도 설명했습니다만」라고 옆에서 미야기가 말한다,

「당신의 목숨은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부터 항상, 감시가 붙어 있게 됩니다」


「그 이야기, 나중에 하면 안 될까?」라고 나는 미야기를 노려보았다.

미야기는「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라고 말하고,

방구석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


이후, 미야기는 그곳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나를 관찰하게 된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거라 생각하지만,

이런 걸 당하고 있으면 생활의 페이스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봐봐, 남이 보고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건 잔뜩 있잖아?




24


수명이 1년도 남지 않은 손님에게는 감시원이 붙는다는 것은,

분명히 앞서 들었던 이야기지만.


미야기의 설명에 따르면, 수명이 반년 이하로 남은 손님이,

자포자기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것을 미연에 막기 위해 감시원을 도입했다고 한다.


만약 내가 타인에게 커다란 민폐를 끼칠 것 같으면,

감시원이 본부에 연락해서, 내 수명을 끝내버리는 듯하다.

트래비스 버클1은 될 수 없다는 거다.


단, 마지막 3일 만은, 감시원도 떨어져서,

순수한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거기까지 가면 사람은 악한 짓을 하지 않게 된다던가.




27


저녁쯤에는, 구토감도 두통도 사라져있었다.

나는 겨우 일을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충동적으로 수명의 대부분을 팔아버린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외일 정도로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3개월이나 남기지 말걸, 이라고 조차 생각했다.

계속해서 감시만 당하는 3개월 따위 사양이니까 말이야.

3일 정도만 있으면 됐던 거 아냐?


자 그럼. 자신의 가치가 낮은 걸 이제 와서 고민해도 소용없다.

문제는,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겠지. 3개월로.


나는 종이를 한 장 꺼내, 펜을 손에 쥐고,

거기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작성했다.

드디어 그럴듯하게 되었군.




28


하고 싶은 일 리스트.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ㆍ소꿉친구를 만나 감사 인사를 한다


ㆍ친구와 만나 바보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ㆍ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낸다


ㆍ지인 모두에게 유서를 쓴다


ㆍ대학에는 가지 않는다


ㆍ아르바이트에도 가지 않는다


뭐, 전체적으로 평범한 발상이다.

누구에게 쓰게 해도 비슷한 느낌이겠지.




32


어느샌가 바로 뒤에 미야기가 있었고,

내가 적은 리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그만두는 게 좋아요」

첫 번째 항목을 가리키며, 그녀는 말했다.

”소꿉친구를 만나 감사 인사를 한다”.


「어째서?」라고 나는 미야기에게 물었다.


――소꿉친구에 대해서, 조금 설명할까.

꿈에서도 나온 그 아이와 나는, 4살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그녀가 전학 가기 전까지는, 어디에 가든지 함께였어.




33


중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에서 고립된 나에게 유일하게 매일 말을 걸어주고,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봐 준 것도 소꿉친구였다.


떨어진 후에도, 괴로운 일이 있었을 때,

내가 떠올리는 것은 소꿉친구였다.


그녀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상관없지만 말야.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하고 싶다.

최근 수년간 전혀 연락하지 않았지만,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려고 생각했다.

어떤 형태로도 좋으니까, 그녀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4


「그 소꿉친구씨 말입니다만」라고 미야기가 고한다.


「17세에 출산했습니다. 그리고, 고교는 퇴학,

18세에 결혼하지만, 19세에 이혼했습니다.

20세인 현재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네요.

덧붙여 2년 후, 목매달아 자살하게 됩니다.


지금 만나러 가면, 분명 『돈 빌려줘』라는 말을 듣게 될 거예요.

당신에 대한 것,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고요」




35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냐고?

그야, 단단히 상처받았지. 단단히 말이야.

가장 소중한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지.


한심한 이야기지만, 20세가 되어서도,

내 근본은 어디까지나 퓨어하다고 할까,

나이브하다고 할까 센시티브 하다고 할까,

말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지 않았단 말이지.


무언가가 변하고, 무언가가 끝나가는,

그런 것이, 아직도 견딜 수가 없다구.

성인 남성인 주제에 카나리아처럼 민감해.




36


그래도 나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며,

「흐응」이라고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3대 정도 피니, 몸이 안 좋은 탓인지,

안 좋은 느낌으로 머리가 아파왔지.

그래도 계속 피웠다. 여러 가지를 잊기 위해서.


미야기는 방의 구석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노트에 슥슥 하고 뭔가를 적고 있었지.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해가 저물어있었다.

나는 내가 쓴 리스트에 눈을 돌리고,

소꿉친구 항목에 취소선을 그었다.


그리고 한 번 더 리스트를 곰곰이 바라보고 나서,


전화를 손에 쥐고,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




38


『무슨 일이야? 별일이네, 네가 전화를 걸다니』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알바와 공부로 바빠서 전화할 틈이 없었으니까 말이지.


「갑자기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집에 돌아가도 괜찮을까나」

나는 엄마에게 그렇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족의 무상의 사랑 같은 것에 둘러싸여,

여생을 평온하게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이 뭔가 말하기 전에, 엄마는 재잘재잘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2살 아래의, 남동생 얘기였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녀석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도 그럴 게 내 남동생, 약간 유명인이야.

야구를 하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남자라서 말이야,

1학년 때부터 갑자원에서 던지고 있어.

텔레비전에도 항상 나오고 있어. 자랑스러운 남동생이지.




39


남동생의 여전한 활약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

엄마는, 남동생이 데려온 애인의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미인이란다」라고 엄마는 20번 정도 말했다.

「같은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미인이라서, 거기다 성격도……」

마치 벌써 손자가 생겼다는 것 같은 말투라서 말이지.

내 얘기 같은 건 전혀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생각은, 점점 시들어 갔다.

최근에는, 그 남동생의 멋진 애인씨 라는 것을,

자주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같이 먹는 것 같다.

그 장소에 내가 섞이는 것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죽고 싶어지지.


나는 적당한 데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은, 그만두었다.




41


오늘은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야, 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좋아하는 거라도 하면서 기분을 달래자.

그리고 내일이 되면, 다시 뭘 할지 생각하자.


그런 이유로, 욕망이 향하는 대로 지내자고 결심한 나였지만,

거기에,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녀석이 방구석에 있단 말이지.


「저는 없다고 생각해 주셔도 괜찮아요」

내 기분을 알아차린 건가, 미야기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신경 쓰이는 건 신경 쓰인다.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뭐 하지만, 나는 제법 신경질적이다.


동년배의 여자아이가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기 시작하면,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해진다고.

「자연스러운 멋진 모습」을 내세우게 돼버린단 말이지.

정신 차리니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완전히 자의식 과잉이다.




42


이런 거 가끔 생각한단 말이지.

자신이 살아가는 가치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43


한동안은, 남아있는 책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피네건스 웨이크」를 읽으며 폼 잡고 있었다.

당연히, 내용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은 인생은 3개월인데, 뭘 하고 있는 걸까.


독서에 질린 나는 근처의 슈퍼에 가서,

글라스가 붙은 위스키와 얼음을 샀다.

미야기도 과자빵이나 여러 가지를 사들이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왠지 행복한 착각에 빠져서 말이지.


사실을 말하자면, 나에겐 옛날부터 동경하던 게 있었어.

동거하고 있는 사람과 방에서 입던 옷 그대로 슈퍼에 가서,

먹을 거라던가 술을 사서 돌아온다, 라는 행위에.


부럽네?, 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설사 감시가 목적이라 해도, 젊은 여자아이와

밤중에 슈퍼에서 쇼핑하는 것은 즐거웠다.

덧없는 행복이지? 하지만 진짜니까 어쩔 수 없어.




44


집에 돌아와서,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나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알코올이란 건 위대하네.


방구석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미야기에게

나는 다가가서, 「같이 마시지 않을래?」하고 권해보았다.


「괜찮습니다. 일하는 중이라서」

미야기는 노트에서 얼굴도 들지 않고 거절했다.


「그거, 뭘 적고 있는 거야?」라고 나는 물었다.


「행동 관찰기록입니다. 당신의」


「그런가. 지금 나는, 취해있어」


「그렇겠죠. 그렇게 보입니다」

미야기는 귀찮은 듯이 끄덕였다.

실제로 귀찮겠지, 나.




45


완전히 취기가 돈 나는, 왠지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낙담의 반동이라고 할까, 쌍극성이라고 할까 말이지.

갑자기 포지티브하게 되었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활력이 넘쳐흘렀단 거지.


나는 미야기를 향해, 소리 높여 선언했다.

「나는, 이 30만 엔으로, 무언가를 바꿔 보이겠어」


「하아」하고 미야기는 흥미 없다는 듯이 말했다.


「겨우 30만이라고 해도, 이건 내 목숨이야.

3백만이나 3억보다 가치 있는 30만으로 만들어주지」


나로서는, 제법 멋진 말을 했을 터였지.




46


하지만 미야기는 관심이 없었다. 「다들, 같은 말을 해요」


「무슨 말이야?」라고 나는 물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다들, 극단적인 말을 하게 돼요.

……하지만 말이죠, 쿠스노키씨. 자알 생각해보세요」

미야기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30년 동안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단 3개월에 뭘 바꿀 수 있다는 거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라고 나는 답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하는 말은, 한없이 옳단 말이지.




48


나는 거기서 어떤 것을 눈치채고 미야기에게 물었다.

「저기, 너, 혹시, 앞으로 30년에 걸쳐서

내 인생에 일어났을 일, 전부 알고 있는 거냐?」


「대충은 알고 있어요. 이젠 의미 없는 일이지만 말이죠」


「나한테 있어선 여전히 의미 있다고. 가르쳐줘」


「그러네요」라고 미야기는 다리를 펴면서 말한다.

「먼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이 판 30년 사이에,

당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일은 없습니다.」


「그건 슬픈 일이네」라고 나는 남의 일처럼 말했다.




49


「당신은 누구도 좋아하지 못하고,

그런 당신을 주위의 사람들이 좋아할 리도 없이,

상호작용으로 점점 당신과 타인의 거리가 벌어져,

최종적으로, 당신은 세계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미야기는 거기서 힐끔 내 눈을 보았다.


「『그래도,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 말을 가슴에 품고 당신은 50세까지 계속 살아가지만,

결국,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채, 혼자서 죽어갑니다.

마지막까지,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고 한탄하면서」


「그건 슬픈 일이네」라고 나는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하지만 내심, 역시 제대로 상처받았다.

단지, 제법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50


거기에 미야기가 계속 한 이야기에 따르면,

나는 40세에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키는 듯하다.

그 사고로 얼굴의 반을 잃어, 걸을 수 없게 된다던가.


제법 기가 죽는 얘기였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경험하기 전에 죽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의외로 럭키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겠지, 반쯤은 기대할 여지가 있으니까,

50년이나 무의미한 인생을 보내거나 하는 거지.

완전히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

반대로 아무 미련 없이 갈 수 있다는 거다.




51


나는 기분을 달래려고, 텔레비전을 켰다.

방송에서 스포츠 특집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채널을 바꾸려고 했을 땐,

남동생의 얼굴과 이름이 똑똑히 화면상에 나와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글라스를 던져버렸지.

텔레비전이 쓰러져 바닥에 떨어지고, 글라스의 파편이 흩날린다.


나는 문득 정신이 들어, 미야기 쪽을 본다.

그녀는 명백히 경계하는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남동생이야」라고 나는 애써 밝게 말했지만,

그게 오히려 본격적으로 맛 간 사람 같아서 웃을 수밖에 없었지.


「……남동생, 별로 좋아하지 않는군요?」

미야기는 경멸하는 듯이 말했다.

「그다지」라고 나는 끄덕였다.

옆방에서 벽을 치는 소리가 났다.




52


깨진 글라스를 치우거나 하고 있으니,

내 취기는 안 좋은 느낌으로 깨기 시작했다.

이대로 완전히 알코올이 빠져나가면,

최악의 정신 상태가 될 것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역시 최악의 선택이었지.

나라는 녀석은, 자신의 인생을

나쁜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데 있어선 일류다.


전화를 건 상대는, 고교시절 때 가장 친했던 녀석이었다.

몇 개월간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만나지 않을래」같은 억지를 말하는 나에게,

친구는 「지금부터 거기로 갈게」라고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때는, 조금 구원받은 기분이었지.

아직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53


이 이상은 없을 정도로 한심한 얘긴데,

친구를 만날 때, 나에겐 약간의 속셈이 있었다.


이 미야기라는 아이, 겉모습은 그런대로란 말이지.

붙임성은 없지만, 행동이 귀엽다.

그 아이가 내 뒤를 계속 따라온다는 거지.

그야 뭐, 그게 감시원의 일이니까.


그래서, 슈퍼를 돌아다니는 도중, 난 생각한 거야.

주변에는, 우리들 연인 사이로 보이지 않을까, 라고.

오히려 그 외에 뭐로 보인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친구가 그런 착각을 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어.

귀여운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듣는 쪽이 부끄러워질 동기지?

하지만 나한테는 절실했어.




54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도착하니, 미야기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만족해서, 빨리 친구가 오지 않을까 근질근질했었지.


시계를 본다. 약간 도착하는 게 빨랐던 모양이다.

친구가 올 때까지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웨이트리스가 와서, 나는 내 주문을 말한 뒤,

미야기를 향해서, 「너는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어색한 듯한 얼굴을 했다.

「……저기, 처음에 말하지 않았던가요?」


「뭐를?」하고 나는 다시 물었다.


「저는, 당신 외에는 볼 수 없어요.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만져도 알아차리지 못 합니다」


미야기는 웨이트리스의 옆구리를 찔렀다. 확실히, 무반응이었다.




55


나는 시선을 들어 웨이트리스의 얼굴을 보았다.

「우와아……」라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


이거 저질러버렸군, 하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갰다.


이렇게 되면, 친구에게 여자아이를 자랑한다는

작은 꿈도 이룰 수 없다는 거다.

이중삼중으로 비참했지.

내 경우엔, 수명이나 건강이나 시간 같은 거보다,

비참함을 파는 편이 훨씬 돈이 될 것 같다.


그냥 돌아가 버릴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거기서 딱 친구가 나타나버렸어.

우리는 과장스럽게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반쯤은 자포자기였지. 이제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어.




56


고교시절, 우리는 불만 덩어리였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우리는 맥도날드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같이 불평을 얘기했었지.


분명, 당시의 우리들이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행복해지고 싶다아」라는 한 마디였겠지.

그래도 그걸 말로 하는 게 두려워서, 우리들은,

몇 시간이나 저주의 말을 하며 기분전환을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친구는,

확실히 불평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때와는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변해버렸다.


뭐라고 할까, 그것은 현실적이고 타당한 불평이었지.

그 시절의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며 어긋난 불평과는 다르다.

지금의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알바에 대한 불평이나,

여친에 대한 불평이나, 그런 것이다.




57


나는 견딜 수 없어져서 말이야.

친구의 이야기는 노골적으로 자랑으로 변해가고,

옆에서는 미야기가 소곤소곤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걸어오는 게 정말 싫어서,

그런 일을 당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아져.


그래서, 간단히 한계를 맞이했다.

뭐, 원래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었겠지.


정신 차리니, 나는 미야기에게 「닥치고 있어!」라고 고함치고 있었다.

가게 안에 정적이 흘렀었지. 수초 후, 한 번에 핏기가 가셨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나는 돈을 두고 자리를 떠났다.

드디어 정신이상자처럼 되기 시작했네.

이거야 30만도 못 받을 만하다.




58


나는 밤길을 걸어 돌아갔다. 취기는 완전히 깨어,

몸은 안 좋은 주제에, 눈은 완전히 선명했다.


조금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나는 텔레비전을 보려고 생각했지만,

그러고 보니 스스로 글라스를 던져 망가뜨렸었다.

다행히 소리만은 나오는 것 같으니까,

나는 그걸 거대하고 불친절한 라디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캔맥주를 따서, 프레츠를 안주 삼아 마신다.

미야기는 내 관찰기록을 적는 듯했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저지른 멍청한 짓에 대해서 적고 있겠지.




60


「저기, 아깐 고함쳐서 미안했어」라고 나는 말했다.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였어.

나는 적당한 거짓말이라도 해서, 빨리 가게를 나와야 했어」


「그러네요」라고 미야기는 이쪽을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거 다 쓰면, 같이 마시지 않을래?」


「마시길 원하는 건가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그야 뭐. 외로우니까」라고 솔직히 대답하니,

「죄송하지만, 일하는 중이라 무리입니다」라고 거절당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새벽이 밝아오고,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기 시작한다.

미야기는 1분 자고 5분 일어나 있는 사이클로

나를 감시하고 있는 듯했다.

뭐랄까, 터프하네. 나한테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61


저녁이 되어, 나는 눈을 떴다.


갑자기 믿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원래 나는 제법 성실한 성격이다.

1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게 기본이고 말이지.

저녁놀을 맞으면서 눈을 뜨는 건, 신선한 느낌이었다.


방구석을 보니, 미야기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어느샌가 샤워를 한 듯,

근처를 지나갈 때 비누 향기가 났다.


똑같은 내 방인데, 미야기가 있는 주변만은

완전히 이질적인 공간 같은 느낌이었지.


나는 전의 리스트를 바라보고, 오늘은 유서를 쓰기로 했다.

근처의 상점에서 편지지를 사와, 나는 만년필을 손에 쥐었다.




62


편지 같은 거 오랜만에 쓰네,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편지를 쓴 게 언제였지?

나는 기억을 더듬는다. 아마도 그건, 초6의 여름.


그 여름, 반에서 다 같이 타임캡슐을 묻었다.

은색의 공 모양 캡슐에, 당시의 보물 하나랑,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넣었었지.

모두들, 열심히 적었었지. 의외로 재밌다고, 그거.


20세가 되면 그걸 파내자고 정했었지만,

현재, 아무 연락도 받지 않았다.

나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십중팔구, 담당한 녀석이 잊어버린 거겠지.




63


거기서 나는 생각한 거야. 어차피 아무로 파내지 않을 거라면,

나 혼자서 타임캡슐을 파내야지, 하고 말야.


그런 노스탤직하고 로맨틱한,

달콤한 감상에 빠지게 해주는 것을 나는 원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나는 전차로 초등학교에 향했다.

모종삽을 헛간에서 빌려와,

나는 체육관 뒤로 가서,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묻은 장소가 기억나지 않아서 말이지.


미야기는, 계속해서 구멍을 파는 나를,

가까이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기묘한 광경이었겠지.




64


결국 타임캡슐을 찾은 것은,

구멍을 파기 시작하고 3시간 정도로,

그때엔 삽을 쥔 손은 물집 투성이,

몸은 땀투성이, 신발은 흙투성이였다.


가로등 밑에 가서, 나는 타임캡슐을 열었다.

내 편지만 꺼내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나 고생했으니, 차라리,

전부 훑어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반 친구의 편지를 연다.

그 순간까지 나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편지에는, 마지막에, 이런 칸이 있었어.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입니까」라는 칸이 말이야.




65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예상은 하겠지만,

거기에 내 이름을 적은 녀석은, 한 명도 없었다.


역시나, 하고 나는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가장 빛나고 있던 초등학교 시절마저, 이 모양이다.


단지, 한 가지 위안은 있었다.

예의 소꿉친구 말인데, 그 아이만은,

「최고의 친구」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편지의 내용 중에 내 이름을 꺼내주었다.

아니, 이걸 위안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제법 허무한 이야기지만.


내 편지와 소꿉친구의 편지만 꺼내고,

나는 타임캡슐을 원래 있던 장소에 다시 묻었다.


떠날 때, 미야기가 타임캡슐을 묻은 장소 위에 서서,

땅을 발로 콩콩하고 고르게 하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66


막차는 수시간 전에 역을 지나갔었다.

나는 역의 딱딱한 의자에 엎드려 누워 첫차를 기다렸다.

이상하게 밝은데다 벌레도 많아서, 자기에는 최악의 환경이었지.


한편, 미야기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스케치북을 꺼내서, 건물 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근무의 일환이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잠들었다.


첫차 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눈을 뜬 나는,

밖에 나가 자판기에서 아이스커피를 샀다.

이상한 데서 자는 바람에,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아직 주변은 약간 어두웠다.

건물 안으로 돌아가니, 미야기가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뭐랄까, 인간다운 모습을 드디어 본 것 같네.

아아, 저 아이도 기지개 같은 걸 하는구나, 하고 감동했다.




70


감동과 함께, 내 안에서,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남은 인생이 3개월이라는 상황 때문인지도 모른다.

계속 반복되는 실망 때문인지도 모르고,

연속된 긴장, 피로나 아픔 때문인지도 모른다.


막 일어난 탓에 잠꼬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단순히 미야기라는 아이가 취향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 그때, 갑자기 나는,

미야기에게 「심한 짓」을 하고 싶어졌었어.

자포자기의 표본이라는 느낌이지. 어쩔 수 없다.




71


미야기에게 다가가서, 나는 물었다. 「저기 감시원씨」


「무슨 일인가요」하고 미야기는 얼굴을 들었다.


「만약 지금 여기서, 내가 너한테 난폭한 짓을 한다면,

본부 같은 데서 나를 죽일 때까지, 어느 정도 걸려?」


그녀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고,

「1시간도 걸리지 않겠죠」라고만 대답했다.


「그럼, 수십 분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내가 물으니, 그녀는 나에게서 눈을 돌리고,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이상하게도, 미야기는 도망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긋이,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고 있었다.




72


「……위험한 직업이구나」

그렇게 말하고, 나는 미야기의 두 칸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나에게서 눈을 돌린 채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내 신경의 흥분은 완전히 가라앉아있었다.

미야기의 포기한 듯한 눈을 보고 있었더니,

이쪽까지 슬퍼져 왔던 거야.


「나 같은 녀석, 적지 않지?

죽음 앞에 머리가 이상해져버려서,

감시원에게 분노의 창끝을 향하는 녀석」


미야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하면 편한 케이스에요.

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 잔뜩 있었으니까요」




75


「……어째서, 그런 위험한 일을,

너 같이 젊은 애가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렇게 물으니, 미야기는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에 따르면, 그녀에겐 빚이 있는듯했다.

원인은 그녀의 모친에게 있다고 한다.


결코, 대단한 인생도 아닌 주제에,

사채까지 해서 수명을 마구 사들인 듯하다.

그런데도 병으로 간단히 죽어버려서,

그 청구서를 이 아이가 지불하게 됐다던가.

상쾌할 정도로 기분이 더러워지는 이야기였지.




76


「사채 말입니다만, 제 수명을 전부 팔아서,

겨우 갚을 수 있을지 어떨지 한 금액이에요.

까딱하면 멋대로 수명을 팔 뻔했지만,

거의 포기했을 때, 이 감시원 일을 소개받은 거예요.


이 일, 힘들긴 하지만, 벌이는 굉장히 좋아요.

이대로 계속한다면, 제가 50세가 될 즘에는,

전부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0세가 될 즘에는" 인가.

이거 또, 힘 빠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마치 그것이 구원인 듯이 얘기했지만,

자기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 수십 년,


나 같은 녀석을 계속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단 거잖아?




78


「그런 인생, 전부 팔아버리면 되잖아.

50세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 같은 건 없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다.


「확실히, 실제로, 감시원 업무를 하는 중에

감시 대상에게 살해당하는 사람도, 잔뜩 있어요.

하지만……봐요, 간단히 결정할 순 없어요.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말하곤, 50년 동안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채로

죽어간 남자를, 난 한 명 알고 있다구」


「그거, 저도 알고 있어요」라고 미야기는 약간 미소 지었다.


왠지 기뻤었지. 내 농담에 그녀가 웃어준 것이.




82


첫차에 타고, 양복이나 교복에 둘러싸인 채,

나는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미야기에게 말을 걸었다.


「타임캡슐 안에 말이야, 『최고의 친구』에

나를 골라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소꿉친구 그 아이만은,

내 이름을 편지에 적어주었어」


물론, 주변에는 미야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수상한 사람이다.


미야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저기, 다들 보고 있어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됐어. 생각하라 그래. 실제로,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말이야, 역에서 다시 생각했는데,

역시 나한테 있어서, 설령 어떻게 바뀌어버렸더라도,

소꿉친구는, 내 인생 그 자체야」




83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그녀와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

그리고, 나에게 인생을 준 감사 표시로,

내 수명을 팔아 얻은 30만을, 그녀에게 주고 싶어.

아마 넌 반대하겠지만, 별로 상관없잖아,

내 수명을 팔아서 번 내 돈이니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별로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전차 안에서 얘기하는 건, 이제 그만하죠.

보고 있는 쪽이 부끄러워요」

라고 말하면서도, 미야기는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나는 그대로 거리로 향했다.

토스트와 삶은 계란을 커피와 함께 뱃속으로 넘기고,


나는 심호흡을 한 후, 소꿉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89


밤이면 만날 수 있다, 고 소꿉친구는 말해주었다.

상황은 좋았다. 이쪽도 여러 가지로 준비가 필요한 게 있으니까.


나는 미야기의 손을 집고, 붕붕 흔들면서 걸었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혼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기분이 들떠있었기에, 아무래도 좋았다.

미야기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끌려다니기만 했었지.


먼저 미용실에 가서, 2시간 후로 예약을 넣은 나는,

가게로 가서 옷과 신발을 사고, 그 자리에서 갈아입었다.

새 옷을 사는 것은 정말로 몇 년 만이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자른 내 모습은,

왠지 내가 아닌 누군가 같았다.


미야기도 완전히 같은 감상을 말했다.

「왠지, 마치 다른 사람 같네요」

솔직히 말해서 기뻤다. 나, 나쁘지 않잖아!




91


약속시간까지 한가했으니까, 나는 미야기에게 부탁해서,

소꿉친구와 만났을 때의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다.


어제 친구와 만났던 레스토랑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한다.

정면에 앉은 미야기를 향해 나는 미소 짓고,

「어때 미야기, 괜찮게 보여?」라고 묻는다.

주위에서 보면, 벽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다.


미야기는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대답한다.

「음?, 약간 미소가 굳어있네요.

평소에 웃지 않으니까, 표정 근육이 약해진 거예요」


「그런가. 그럼, 밤까지 단련해 보이겠어」

나는 몇 번이나 웃거나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하는 걸 반복한다.


「……당신, 뭐랄까, 재밌네요」


「아아. 매력적이지? 반하지 않게 조심하라구?」


「조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심경 변화가 격한 사람이네요」


실제로, 제법 들떠있었어, 그때는.




92


전화하고 나서 소꿉친구를 만나기까지

대략 8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나에겐 27시간 정도로 느껴졌었지.

5초에 한번 정도 손목시계를 봤던 것 같다.


아슬아슬한 때까지, 미야기와 훈련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가,

카페 구석에서, 둘이서 시행착오를 하고 있었지.


――그리고, 드디어 약속 시간이 왔다.

약속 장소에 와준 소꿉친구를 보고,

나는 그 겉모습이나 말투의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웃는 방법이나 행동이 변하지 않은 것을 알아채고,

그것만으로, 정말로 전화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이야」라고 그녀가 말했다. 「잘 지냈어?」

「잘 지냈지, 너는?」라고 나는 대답했지만,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내가 잘 지낸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




93


겉모습에 제법 돈을 들인 덕분인지,

소꿉친구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다.

「꽤 변했네」라고 말하며 찰싹 붙어온다.


뭐라고 할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훈련의 성과와, 미래를 알고 있기에 나오는 여유도 있어서,

나는 제법 좋은 인상을 소꿉친구에게 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란 녀석은 말이지, 정말로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야.


근황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소꿉친구를 가로막고,

무려 나는, 수명을 판 것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저기 말야, 나, 남은 목숨이 3개월 밖에 없어」라고

동정을 사는 듯한 태도로 얘기하기 시작했어.




94


마음속 어디선가 나는, 이 소꿉친구라면,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 나에게 깊게 동정해,

위로해준다고 믿고 있었지.


하지만 얘기를 시작하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소꿉친구는 지루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바보 취급하는 듯한 얼굴로, 「흐응?」같은 말을 하는걸.


물론 잘못된 건 나고, 나쁜 건 나다.

나라도 갑자기, 수명을 사들이는 가게가 어떻니,

감시원이 이렇니, 하는 말을 들어도, 믿지 않겠지.

크게 웃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소꿉친구는 「잠시 실례」라고 말하고 일어섰다.

화장실이라도 가는 거겠지,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직후에, 주문한 요리가 2인분 나왔다.

나는 빨리 다음을 얘기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었다.


하지만 소꿉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요리가 식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또다시 나는 "저질러 버렸다"는 거다.




95


나는 식은 파스타를 천천히 먹었다.

조금 있으니, 미야기가 정면에 앉아,

소꿉친구 몫의 파스타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식어도 맛있네요」라고 미야기는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게를 나가, 나는 역 앞의 다리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소꿉친구에게 넘겨줄 예정이었던

30만 엔이 든 봉투를 가슴에서 꺼내,

길가는 사람에게, 한 장씩 나누어주며 걸었다.


「그만둬요, 이런 거」라고 미야기가 말한다.

「별로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나는 답한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받은 것이 돈이라는 걸 알자,

얇아빠진 감사 인사를 하거나,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거절하는 녀석도 잔뜩 있었고, 더 넘기라고 하는 녀석도 있었다.




96


30만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나는 기세가 넘쳐, 지갑에 있는 돈까지 손댔다.


분명 나는, 누군가 신경 써주길 바란 거겠지.

「무슨 일 있었나요?」라던가 물어주길 바랐던 거겠지.


33만 엔을 다 나누어주고 나서, 나는 길 한가운데서 멍하게 서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쾌한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택시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건물의 그림자가 진 벤치에서 잤다.

바로 위에 기울어진 가로등이 있었고, 계속 점멸하고 있었다.

미야기도 정면의 벤치에서 자는 듯했다.

여자아이에게 심한 일을 시켜버렸네.


「먼저 돌아가도 괜찮다구?」

내가 미야기에게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당신, 자살이라도 할 것 같으니까요」




97


잠들 때까지, 나는 바로 위에 펼쳐진 별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밤하늘을 볼 기회가 늘었다. 7월의 달은, 예쁘다.

내가 놓친 것뿐이고, 5월도 6월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처럼, 잠들기 전의 습관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장 좋은 경치를 떠올린다.

내가 원래 살고 싶었던 세계에 대해, 하나부터 생각한다.


5살쯤부터, 계속하고 있는 습관이었다.

어쩌면, 이 소녀적인 습관이 원인으로,

내가 이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게 된 걸지도.




98


6시 정도에 눈을 뜨고, 나는 걸어서 아파트까지 돌아갔다.

거리 외곽에선 아침 시장이 열려,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4시간 정도 걸어, 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저께의 일도 있어, 양팔 양다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

좀 더 편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잤다.

침대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나는 침대가 정말 좋다.


역시나 미야기도 제법 피곤했던 듯,

감시도 정도껏, 곧장 샤워를 하고,

방구석에서 꾸벅꾸벅하고 있었다.




99


책상 위에는, 쓰다만 유서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쓰는 것은 뭔가 바보 같았다.

아무도 내 말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이렇게 되면,

드디어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돈을 마구 쓰려 해도 돈은 어제 다 나눠 줘버렸고.


「뭔가 그 밖에 좋아하는 건 없나요?」

미야기는 나를 격려하듯이, 그렇게 물었다.

「하고 싶었지만, 참고 있던 일이라던가」


거기서 제법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나, 아무래도 좋아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라, 지금까지 뭘 즐거움 삼아 살았었더라?




100


예전에 취미였던 독서나 음악 감상도,

어디까지나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지.

인생과 타협하기 위해 음악이나 책을 이용하고 있었다.


막상 남은 인생이 3개월이 되니,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삶의 보람이 없구나.

자기 전의 공상만을 즐거움으로 살아온 점이 없잖아 있군.


감시원은 말한다, 「별로 무의미한 것이라도 좋아요.

제가 담당한 사람 중에는, 남은 2개월 전부를,

달리는 경트럭의 짐칸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보는데 소비한 사람도 있어요」


「한가하네, 그건」하고 나는 웃었다.




101


거기에 미야기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할 때는, 밖을 걷는 게 제일이에요.

마음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죠」


좋은 아이디어잖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점점 이 아이는, 나에게 상냥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 감시원은 감시 대상에 대해 접하는 방법이 정해져있고,

그녀는 그에 따르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미야기의 어드바이스를 따라 밖을 걸었다.

엄청나게 햇빛이 강한 날이었지. 머리가 탈 것 같았다.

금방 목이 말라 와서, 나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샀다.


「아」 하고 나는 작은 소리를 냈다.




102


「왜 그러시죠?」


「……아니, 정말로 별 볼일 없는 일인데.

좋아하는 거, 딱 하나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어」


「말해주세요」


「나, 자동판매기가 정말로 좋아」


「하아. ……어떤 부분이 좋은 건가요?」


「뭘까. 구체적으로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 나는 자판기가 되고 싶었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미야기는 나를 바라보았다.




103


「저기, 확인하겠는데, 자판기란 건,

커피라던가 콜라 같은 걸 파는 그거죠?」


「아아. 그 외에도, 구운 주먹밥, 타코야키,

아이스크림, 햄버거, 핫도그,

감자튀김, 콘비프샌드, 컵라면……

자판기는 정말로 다양한 것을 제공해주지.

일본은 자판기 대국이라고. 발상도 일본이야.」


「응? 그……개성적인 취미네요」

어떻게든 미야기는 응원해준다.


실제로, 별 볼일 없는 취미다. 보는 방법에 따라서는,

철도 마니아를 좀 더 수수하게 한 듯한 취미.

별 볼일 없는 인생의 상징이군, 하고 스스로 생각한다.




105


「그래도, 왠지 알 것 같아요」


「자판기가 되고 싶다는 기분이?」


「아뇨, 아무래도 거기까진 이해하기 힘들지만.

자판기는, 언제든지 그곳에 있어주니까요.

돈만 내면, 언제든지 따뜻한 걸 주고.

뚜렷한 관계라던가, 불변성이라던가, 영원성이라던가,

왠지 그런 걸 느끼게 해주네요」


나는 조금 감동마저 받았다.

「굉장하네. 내가 말하고 싶은 걸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어」


「감사합니다」하고 그녀는 기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106


그렇게 해서, 나의 자판기 순회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길을 종종종 달린다.

자판기를 발견할 때마다 무언가를 사고,

덩달아 싸구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다.

별로 현상할 생각은 없지만, 왠지 말이지.


그런 무익한 행위를 며칠간 반복했다.

이런 별 볼일 없는 취미 하나에 있어서도,

나보다 훨씬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잔뜩 있고,

그 사람들에겐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상관없었다. 왠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카브110은 다행히도 2인승이었기에,

미야기를 뒤에 태우고, 여러 군데를 돌 수 있었다.

겨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날씨도 좋아서,

나의 생활은 한순간에 한가롭게 바뀌었다.




110


들판에 앉아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옆에서는, 미야기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일 안 해도 되냐?」라고 말을 거니,

미야기는 손을 멈추고 내 쪽을 향해서,

「지금의 당신, 나쁜 짓을 할 것 같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럴까나」라고 한 뒤, 나는 미야기의 옆으로 가서,

그녀가 선으로 그림 용지를 덮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림이란 그렇게 그리는 건가, 하고 나는 감탄했다.


「그래도, 그렇게 잘 그리지는 않네」라고 내가 놀리니,

「그러니까 연습하는 거예요」하고 미야기는 잘난 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그린 거, 보여 줘」라고 부탁하니,

그녀는 스케치북을 닫고 가방에 넣고는,

「자, 슬슬 다음 장소로 가죠」라고 나를 재촉했다.




111


어느 날, 내가 눈을 뜨고 방구석을 보니,

거기엔 항상 있던 아이의 모습이 없고, 대신에,

본 적 없는 남자가 나른한 듯이 앉아 있었다.


「……원래 아이는?」하고 나는 물었다.


「휴일이야」하고 남자가 대답했다. 「오늘은, 내가 대리다」


그런가, 감시원에게도 휴일이라던가 있구나.

「헤에」하고 나는 말한 뒤, 다시 한 번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노점상 같은 데 있을 듯한, 수상쩍은 남자였다.

굉장히 자비 없는 느낌으로 존재감을 마구 뿌리고 있었지.




112


「네 수명, 최저가였던 듯하군?」

남자는 노골적으로 나를 놀리듯이 말한다.

「굉장해 굉장해. 그런 녀석 있구나」


「굉장하지? 될 수 있는 방법 가르쳐줄까?」

내가 담담하게 얘기하자, 남자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헤에, 너, 제법 여유 있는 모양이군?」


「아니, 지금 걸로 확실히 상처받았어. 강한 척하는 거지」


남자는 내 발언이 마음에 든 듯,

「너 같은 녀석, 싫지 않아」라며 웃었다.




113


감시원이 남자가 되었기에,

나는 꽤 편하게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남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말한다.

「여자아이가 옆에 있으면 침착하게 못 있겠지?

왠지 폼 잡고 싶어지지. 이해해」


「그렇지. 네 옆은 진정돼.

너한테 라면, 어떻게 보이든 상관 안 하니까.」


나는 『피너츠』를 읽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미야기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읽을 기분이 나지 않았던 책.

그렇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피너츠를 정말로 좋아한다.


「그렇겠지. ……아아 그래, 그런데 너,

결국, 수명을 판 돈은 뭐에 썼지?」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혼자서 큭큭하고 웃었다.




114


「한 장씩 나눠주고 다녔어」하고 나는 대답했다.


「한 장씩?」하고 남자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1만 엔을 30장, 30명에게 1장씩.

사실은 누군가에게 줄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그러자 남자는 배꼽이 빠질 듯이 웃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거야.

「저기, 너――설마, 진짜로 자기 수명이

30만이라는 말을 믿은 거냐?」




115


「무슨 뜻이지?」하고 나는 남자에게 물었다.


「무슨 뜻이고 자시고, 말 그대로의 의미다.

정말로 자신의 수명, 30만이라고 생각한 건가?」


「그야……처음엔, 너무 싸다고 생각했지만」


남자는 땅을 치며 웃는다. 나는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런가. 내가 얘기할 수는 없지만,

뭐, 다음에 그 아이랑 만나면, 직접 물어봐.

『내 수명, 정말로 30만인 건가?』라고 말야」




118


다음날 아침, 아파트에 온 미야기에게,

나는 남자가 말한 것을 물어보았다.


「물론이에요」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안타깝지만, 당신의 가치, 그런 거예요」


「흐응」하고 내가 깔보는 듯한 태도로 말하자,

미야기는 내가 뭔가를 알아챘다는 것을 눈치챈 듯,

「대리로 온 사람에게, 무슨 말 들었나요?」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단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야」


「……그런 말 하셔도, 30만은 30만이에요」

계속 시치미를 뗄 생각인 것 같군.




130


「처음엔, 네가 슬쩍 한 거라고 생각했었어」


미야기는, 약간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봤다.


「내 원래 가치는 3천만이나 3억인데,

네가 몰래 횡령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아무리 해도 믿을 수 없었지.

뭔가 나는 근본적인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밤새 계속 생각해서, 문득 깨달았어.


――애초에 나는, 전제부터 틀렸었구나.

어째서 수명 1년에 1만 엔이라는 가격이,

최저 매수 가격이라고 믿은 거지?

어째서 사람의 일생이 원래 수천만이나 수억에 팔리는 게

당연하다고 믿은 것일까?


아마 쓸데없는 사전 지식이 너무 많았던 거겠지.

자기 멋대로인 상식에 만사를 지나치게 끼워 맞춘 거지.

나는 좀 더, 유연하게 생각했어야 했어」


나는 한 호흡 쉬고, 그리고 말했다.


「저기, 어째서 본 적도 없는 나에게,

네가 30만을 내줄 생각을 한 거야?」




141


미야기는 내 말의 의미를 안 것 같았지만,

「무슨 말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네요」라고 말하고,

언제나처럼 방구석에 앉았다.


나는 미야기가 앉아 있는 위치의

대각선상에 있는 방구석으로 가서,

그녀와 똑같이 쪼그려 앉았다.


미야기는 그걸 보고, 아주 약간 미소 지었다.

「네가 모른 척하겠다면, 그걸로 괜찮아.

하지만 일단 말하게 해줘. 고마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미야기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런 일 계속하고 있다 보면,

어차피 빚을 갚기 전에 죽어버릴 거예요.

만약 다 갚아서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해도,

즐거운 인생이 약속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아직, 이런 일에 쓰는 게 나아요」




146


「실제로는, 내 가치는 얼마였어?」


미야기는「……30엔이에요」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전화 3분 정도의 가치인가」하고 나는 웃었다.

「미안해, 네 30만, 그런 식으로 써버려서」


「그래요. 좀 더 자신을 위해서 써주길 바랐어요」

화난 듯이 말하면서도, 미야기의 목소리는 상냥했다.


「……그래도, 기분은 충분히 이해해요.

내가 당신에게 30만을 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이니까요.

쓸쓸해서, 슬퍼서, 허무해서, 자포자기한 거예요.

그래서, 극단적인 이타적 행위를 하거나 하는 거죠」




150


「그래도, 풀 죽거나 하지 않아요. 적어도 저에게 있어선,

지금의 당신은 3천만이나 3억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이상한 위로는 그만둬」하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진짜예요」하고 미야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너무 상냥하게 하면, 오히려 비참해져.

네가 상냥한 건 충분히 알고 있어. 그러니, 이제 됐어」


「시끄럽네요, 조용히 위로받아주세요」


「……그런 식의 말을 들은 건 처음이네」


「라기 보다, 이건 위로도 상냥함도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멋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




157


「……당신에게 있어선, 아무것도 아니겠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미야기는 조금 부끄러운 듯이 고개 숙인다.


「저, 당신이 말을 걸어주는 게, 기뻤어요.

사람들 앞에서도 상관 않고 말을 걸어주는 것이, 굉장히 기뻤어요.


저, 계속 투명인간이었으니까. 무시당하는 게, 일이니까.

평범한 가게에서 얘기하면서 식사하거나, 같이 쇼핑하거나,

그런 사소한 일이, 저에겐 꿈같았어요.

장소도 상황도 상관없이, 어떤 때에도 한결같이 저를

”있는”사람으로 대해준 사람, 당신이 처음이에요」


「그런 걸로 괜찮다면, 언제든지 해줄게」

그렇게 내가 얼버무리니, 미야기는 귀여운 웃음을 띠었다.


「그러네요. 그래서, 좋아하는 거예요. 당신을


없어질 사람을, 좋아해도, 소용없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쓸쓸한 듯이 웃었다.




158


나는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지.

거의 머리가 멈춰버린 것 같이 돼버려서.


방심하면 또르륵 울어버릴 것 같았지.

어이어이, 이 타이밍에 그건 비겁하잖아, 라고.


이때, 무의미하고 짧은 나의 여생에, 겨우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미야기의 한 마디는, 내 안에 엄청난 변혁을 일으킨 거다.


나는, 어떻게든 해서, 미야기의 빚을 전부 갚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생이 백 엔도 되지 않는 이 내가, 말이다.

분수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235


생활은 한순간에 변했다.

나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어떻게 하면 남은 수개월로 미야기의 빚을 갚을 수 있지?

어떻게 하면 그녀가 안전한 생활을 하며 살게 할 수 있지?


이런 때에 복권이나 도박을 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언제든지, 도박은 돈이 남는 녀석이 이기고,

복권은 변화를 바라지 않는 녀석이 당첨된다고.


나는 예전에 미야기가 해준 조언에 따라,

계속해서 거리를 걸어 다니며 생각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어딘가에, 자신에게 딱 맞는 답이 굴러다닐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동안은, 입에 제대로 된 음식을 대지 않았었다.

공복이 어느 일정한 선을 넘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37


미야기는 그런 나를 걱정해서인지,

「저기, 자판기 순회로 돌아가요」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저도 자판기를 보는 게 좋아져버렸어요.

당신의 등에 매달려 있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도 나는 계속 걷고, 계속 생각했다.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사고도 기울어서,

전혀 아이디어 따위 떠오를 상황이 아니었지.


정신 차리고 보니, 전에 자주 방문하던 헌책방 앞에 있었다.

나는 점장인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리워져서,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야구 중계를 들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이 수십일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그에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을 했다간 할아버지가 죄악감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결국 그 가게에는 가지 않은 척하기로 했다.




238


별 의미 없는 대화를, 20분 정도 나누었다.

대화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독특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지.


떠날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는 라디오의 볼륨을 낮추었다.

「그렇구먼. 착실하게 해 나간다, 밖에 없지 않겠나?

그건 난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서도.

뭐라고 할까, 결국, 눈앞에 있는『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착실하게 해나가는 것 이상 나은 방법은 없단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나 같은 인간의 조언을 믿지 않는다』라는 거다.

성공한 적이 없는 주제에 성공에 대해서 얘기하는 녀석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뿐이니까 말이다.」




239


헌책방을 나온 나는, 그 길로,

언제나 다니던 CD샵으로 발을 옮겼다.

점원 형님에게는, 할아버지에게 한 것과 같은 거짓말을 했다.


한동안 최근 들었던 CD 이야기를 한 후, 나는 이렇게 물었다.

「한정된 기간에 뭔가를 해내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을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하고 그는 말했다.

「그치만, 자기 혼자의 힘으론, 아무것도 안되잖아요?

그렇다면, 타인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잖아요.

저, 개인의 힘이라는 거 그렇게 믿지 않거든요」




240


참고가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를 어드바이스였지.

밖은 어느샌가, 여름 특유의 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가게를 나가려고 할 때, 좀 전의 형님이 우산을 빌려주었다.


「잘 모르겠지만, 뭔가 해내고 싶다면,

먼저 건강은 빼먹을 수 없으니까요」라고 하면서 말이지.


나는 우산을 쓰고, 미야기와 나란히 걸었다.

작은 우산이었으니까, 둘 다 어깨가 쫄딱 젖었다.


주변에서 보면 나는, 어긋난 위치에

우산을 쓰고 있는 바보로 보이겠지.




242


「이런 거, 좋네요」하고 미야기가 웃는다.

「어떤 게 좋은 거야?」하고 나는 묻는다.


「주변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겠지만,

당신의 왼쪽 어깨가 젖는 것에는,

굉장히 따뜻한 의미가 있다, 라는 거예요」


「그런가」하고 나는 부끄러워하며 말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수줍쟁이씨」하고 미야기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거기서, 나는 일부러 미야기와 계속해서 얘기했다.

여기까지 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게 역으로 즐거웠고,

무엇보다, 이렇게 하는 걸로 미야기는 기뻐해 주니까.

내가 우스꽝스러워질수록, 미야기는 웃어주니까.




243


상점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니,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같은 학부의, 인사 정도는 나누던 남자다.

그 녀석은 내 얼굴을 보자, 화난 듯한 얼굴로 다가왔다.

「너, 최근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미야기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 아이랑 놀면서 돌아다니고 있었어. 미야기라고 해」


「웃기지도 않네」하고 그는 불쾌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말야, 쿠스노키.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 어딘가 아픈 거라고.

사람과 만나지 않고 자신의 껍질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내가 당신 입장이었다면 같은 반응을 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확실히 미야기는 여기에 있어. 거기에, 귀엽다구」

나는 그렇게 말하고 혼자서 크게 웃었다.

그는 질려버린 얼굴로 떠나갔었지.




244


소나기였던 듯, 비는 곧 그치기 시작했다.

하늘엔, 흐릿하게 무지개가 떠 있었지.


「저기, 아까는……감사했습니다」

미야기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어깨를 기댔다.


”착실하게”, 인가.

나는 헌책방 할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에겐 할 수 있는 일이 있단 말이지.

『빚을 갚는다』라는 생각에 얽매여있었지만 말이야,

이렇게 내가 주변에 수상한 사람 취급받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상당히 구원받는 거잖아.


그런 거다. 나는 그녀에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다.

눈앞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어째서 그걸 하지 않지?




245


버스를 타고, 우리는 호수로 향했다.

거기서 내가 저지른 짓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눈썹을 찡그리겠지.


주위엔 혼자 온 손님으로 보일 것을 알면서도,

나는 「오리배」를 탔던 것이다.


직원 남자가 「혼자서?」같은 얼굴을 했기에,

나는 그에게는 보이지 않을 미야기를 향해,

「자, 가자구」라고 말을 걸어주었다.

직원, 반쯤 겁먹은 듯한 눈이었지.


미야기는 이상해서 어쩔 줄 모르는 듯이,

보트에 타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웃고 있었다.

「그치만, 성인 남자 혼자서 오리배라구요?」

「왠지, 벽 하나를 넘어버린 느낌이 드네」하고 나는 말했다.




246


혼자 오리배를 탄 후에도 나는,

혼자 관람차, 혼자 회전목마, 혼자 수족관,

혼자 시소, 혼자 수영장, 혼자 술집,

어쨌든 혼자서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거의 다 했었지.


뭘 하든지, 나는 적극적으로 미야기에게 말을 걸었다.

수시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고 걸었다.


점점, 나는 불명예스러운 느낌의 유명인이 되어갔다.

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손가락질하며 웃는 사람도, 꽤 있었지.


단지, 행운이었던 건, 내가 언제나 행복한 듯한 얼굴이었으니까,

나를 보고 역으로 즐거운 기분이 되는 사람도 그럭저럭 있던 모양이다.




248


그리고, 내 행위를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지.

나를, 실력이 뛰어난 판토마이머라고 칭찬하는 녀석도 있었다.


오히려, 「미야기 씨는 잘 지내?」라고 묻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해서 말야.

그래, 서서히지만, 미야기의 존재는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거야.


물론 모두들, 투명인간의 존재를 진짜로 믿은 건 아니고,

뭐라고 할까, 내 헛소리를, 공통의 “약속”으로써 취급해,

나에게 얘기를 맞춰주게 되었다, 라는 느낌.

나는 「불쌍하고 재밌는 사람」취급을 받게 되었어.


그 여름, 난 이 거리에서, 최고의 피에로였던 게 아닐까나?


좋든, 나쁘든.




249


그래그래, 술집에서 혼자 건배하고 있었을 때,

옆자리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었다.

「그때 그 사람이죠?」라고 했었다.


이쪽은 상대의 얼굴이 기억에 없었지만,

그 너무나도 음대생이라는 느낌의 남자는, 아무래도,

그날 내가 1만 엔을 나눠준 한 사람인 듯했다.


「최근, 당신의 소문을 자주 들어요.

마치 옆에 애인이 있는 듯이 행동하는,

혼자서 행복한 듯이 지내는 남자의 소문」


「그런 녀석이 있군요」라고 나는 말하고,

「들어본 적 있어?」하고 미야기를 돌아보았다.

미야기는 「모르겠네요?」하고 말하며 웃었다.


남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저기, 저한텐 왠지 알 것 같아요.

당신의 일련의 행위엔, 깊은 이유가 있는 거죠?

괜찮다면, 제게 얘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250


그런 식으로 물어봐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깊은 감사를 말했다.


그리고 나서 얘기했지, 지금까지의 일.

빈곤했던 것. 수명을 판 것. 감시원에 관한 것.

부모님에 대한 것. 친구에 대한 것. 타임캡슐에 대한 것.

미래에 대한 것. 소꿉친구에 대한 것. 자판기에 대한 것.

그리고, 미야기에 대한 것.


얘기하는 도중, 나는 그만 입을 잘못 놀려, 이런 말을 했다.

「본인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말이죠, 전, 미야기를,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옆에 있던 본인은 술을 쏟을 뻔했었지.

하지만 말 그대로, 내가 직접 미야기에게

「사랑해」같은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미야기의 반응이 재밌어서, 나는 마구 웃었었지.




251


「그렇기 때문에, 30만을 헛되이 써버린 것,

그리고 그녀를 의심해버린 것에 대해 보상이 하고 싶고,

무엇보다, 그녀의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요.

그 아이에겐, 이런 위험한 일을 계속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진지해질수록, 세계는 흥이 깨진다.


남자는 미심쩍다는 듯한 얼굴이었지.

내 이야기 따위, 조금도 안 믿었던 거야.

아마 이 녀석은, 얘기라도 들어주면,

또 내가 돈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252


남자가 떠나고, 내가 돌아갈 준비를 하자,

이번엔 뒤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아까 이야기, 그만 끝까지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싸구려 정장을 입은 아저씨는, 머리를 긁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셨죠?」하고 나는 물었다.


「그 아이, 분명, 거기에 있는 거죠?」

아저씨는 미야기가 있는 부근을 보면서 말했다.


「오오, 잘 아시네요. 그렇다구요, 귀여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미야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야기는 간지러운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요. ……저기, 죄송합니다만,

잠시 두 분의 시간을 뺏어도 괜찮을까요?」


”두 분”의 부분을 강조해서, 아저씨는 말했다.




253


아저씨는 말한다.

「혼잣말이 돼버릴 것 같으니 빨리 끝내겠습니다만,

쿠스노키 씨, 저도 당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딱 당신 정도의 나이였을 때, 3살 위의 형이,

바로 미야기 씨가 당신에게 그렇게 했던 방법으로,

구렁텅이에 있던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역시나,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결심했습니다.

어떻게든 해서 형에게 은혜를 갚아야지,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형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였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아저씨는 글라스에 남은 술을 마셨다.


「혹시 제가, 당시의 제게 뭔가 조언을 한다고 하면.

저는, ”한계까지 귀를 열어라”고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한계까지 귀를 여는 거예요. 한계까지 말이죠.

――그리고, 당신은 아직 때에 맞출 수 있어요.

아슬아슬하겠지만, 아직 분명히 맞출 수 있을 거예요」




254


아저씨가 가고 난 후에도, 나는 그 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계까지 귀를 연다」 그건, 도대체 어떤 일이지?


정말로 단지 귀를 열라는 것일까?

혹은, 깊은 의미가 있는 유명한 격언인 걸까?

아니면, 특별한 의미는 없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일까?


아파트에 도착해, 나는 미야기와 함께 침대에 파묻혔다.

「그 남자, 좋은 사람이었죠」라고 말하고, 미야기는 잠들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얼굴로.

그건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고, 질리지 않는다.


나는 미야기가 깨어나지 않게 침대에서 내려와,

식당에서 물을 3잔 마신 후,

방구석에 놓여 있던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미야기가 일어나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살짝 열었다.




255


스케치북 안에는, 여러 가지가 그려져 있었다.


내 방에 있는 전화나 부서진 텔레비전과 술병,

레스토랑이나 카페나 역이나 슈퍼의 풍경,

오리배나 유원지나 분수나 관람차,

카브, 포카리스웨트의 빈 캔, 스누피.

그리고, 내 잠든 얼굴.


나는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기고,

보복 삼아 미야기의 잠든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속 미야기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림 그리는 방법을 대충 알게 되었었다.

내 머리에서는 여러 가지가 깨끗이 깎여나간 상태였으니까,

「잘 그려야지」라던가 「저 화가의 어프로치를 따라 해보자」라던가,

그런 쓸데없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완성한 그림을 보고, 나는 만족감을 느꼈고 동시에,

아주 약간, 위화감을 느꼈다.




256


그 위화감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간단했다.

약간 다른 데로 생각을 돌리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듯한, 작은 위화감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한계까지, 귀를 여는 거예요』


나는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전 신경을 활짝 열고, 위화감의 정체를 찾는다.


그리고 문득, 이해한 거다.

다음 순간에,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일사분란하게 스케치북 위에서 연필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밤새 계속되었다.




257


나는 미야기를 데리고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근처의 초등학교 교정이 불꽃놀이 장소였고,

그런대로 멋진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노점도 잔뜩 나와 있어, 생각보다 본격적이었다.


내가 미야기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쿠스노키 씨다?」하고 즐거운 듯이 웃었다.

이상한 사람이란 건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구.


오코노미야키 가게에 줄을 서고 있으니,

나에 대한 걸 소문으로 들은 적 있는 듯한

고등학생 정도의 남자들이 다가와서,

「애인분, 멋지네요」라고 놀리듯이 말했다.

「좋겠지? 안 넘겨줄거다」라고 말하고 나는 미야기의 어깨를 안았다.


왠지 즐거웠지. 설령 믿지 않는다 해도,

「미야기가 여기에 있다」는 나의 헛소리를,

다들, 즐겨주고 있는 듯했다.


회장에서 돌아가는 길에도, 우리는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

그것이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 알고 있던 건, 나뿐이었다.




258


일요일이 되었다. 미야기에겐 2주에 한 번 오는 휴일이었다.

「여어, 오랜만」하고 대리 감시원이 말했다.


원래라면, 남은 인생은 앞으로 33일이었다.

내일이 되면, 미야기는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올 터였다.


하지만 나는, 다시, 전의 빌딩으로 향했다.

그래, 내가 미야기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곳이다.


거기서 나는, 남은 30일분의 수명을 팔았다.


심사 결과를 보고, 감시원 남자는 놀라고 있었지.

「당신, 이걸 알고, 여기에 온 건가?」


「그래」하고 나는 말했다. 「굉장하지?」


심사를 담당한 30대의 여자는 당황한 모습으로 나에게 말했다.

「……솔직히, 추천 못하겠어. 당신, 남은 33일간,

제대로 된 미술도구 같은 걸 준비해서 계속 그리는 것만으로,

장래에, 미술 교과서에 살짝 실리게 될 거라구?」




259


『세상에서 가장 통속적인 그림』

나의 그림은, 후에 그렇게 불리며, 큰 토론을 불러일으키지만,

최종적으로는 엄청난 평가를 얻게 되는 물건이었던 듯하다.

애초에, 30일을 팔아버린 지금, 그것도 꿈속의 이야기다.


내가 그린 것은, 5살 때부터 계속 해오던 그 습관,

자기 전에 언제나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던 풍경들이었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계속해서 쌓아왔던 모양이야.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 건, 다름 아닌 미야기였다.


여자에 따르면, 내가 잃어버린 30일간 그릴 것이었던 그림은,

『데 키리코2를 극도로 달콤하게 한 듯한 그림』이었던 것 같다.

미술사(史) 적인 것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1개월분의 수명을 판 것만으로 큰돈이 들어온 것은 기뻤지.

미야기의 빚을 다 갚기에는 모자랐지만, 그래도,

그녀는 앞으로 5년만 일하면, 떳떳한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한다.


「30년보다 가치 있는 30일, 인가」하고 감시원 남자는 웃었다.

하지만, 그런 거겠지.




260


앞으로, 3일. 첫 아침이었다.

앞으로는, 감시원의 눈은 일절 없다. 순수하게 나만의 시간이다.


미야기는 지금쯤, 어딘가의 누군가를 감시하고 있으려나.

그 녀석이 포기하는 심정으로 미야기를 덮치거나 하지 않기를, 나는 빌었다.

미야기가 순조롭게 일을 계속해, 빚을 다 갚은 후,

나를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한 매일을 보낼 수 있기를, 나는 빌었다.


3일간 뭘 하며 지낼지는, 처음부터 정해두었다.

나는 이전에 미야기와 함께 돌아다닌 장소를, 이번엔 혼자서 돌아다녔다.


문득 떠올라서, 나는 미야기가 있는 척해보기로 했다.

손을 뻗어서, 「자」하고 말한 뒤, 공상의 미야기와 손을 잡았다.


주위에서 보면, 언제나의 광경이겠지.

아아, 또 쿠스노키 바보 녀석이 가공의 애인이랑 걷고 있어, 같은.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크게 달랐다.

나는 그걸 스스로 하고 있으면서,

제대로 서있을 수 없을 만큼 슬픔에 휩싸였다.




264


분수 가장 가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중학생 정도의 남녀가 말을 걸어왔다.


남자 쪽이 나에게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쿠스노키 씨, 오늘은 미야기 씨 잘 있어?」


「미야기는 말이지, 이제, 없어」라고 나는 말한다.


여자 쪽이 양손을 입에 대며 놀란다.

「에? 무슨 일이야? 싸움이라도 한 거야?」


「그런 느낌이지. 너희는 싸우지 마렴」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고, 동시에 고개를 젓는다.

「아니, 무리 아닐까나. 그치만 말야,

쿠스노키 씨랑 미야기 씨조차도 싸우잖아?

그렇게 사이좋은 두 사람조차 그런다면,

우리가 싸우지 않을 리 없잖아」




265


문득 정신 차려보니 나는 주르륵 울고 있었지.

두 사람은, 그런 꼴불견인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나를 알고 있는 녀석이 많은 것 같아서 말이야.

“또 쿠스노키가 새로운 걸 하고 있어”라는 느낌으로,

서서히 내 주위엔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미야기와는 싸워서 헤어진 걸로 해두었다.

상대가 나에게 정이 떨어져, 버렸다는 걸로 했다.


「미야기는 쿠스노키의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여대생 같은 안경 낀 아이가, 화난 듯이 말한다.

마치 정말로 미야기가 존재했던 것 같은 말투로 말이지.


「이런 좋은 사람을 두고 사라지다니,

그 미야기라는 녀석은, 별 볼일 없는 여자군」

젊은 피어스를 낀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내 등을 두들겨 주었다.


나는 뭔가 말하려고 고개를 들고,

하지만 역시나 말문이 막히고,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었지.


「그래요,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말이죠」하고.




267


그 목소리를, 나는 들은 적이 있었다.

하루 이틀로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그 목소리를 잊으려면, 3백 년은 필요하겠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본다.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잘못 들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볼 때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그 미야기라는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여자네요」


미야기는 그렇게 말하고, 혼자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269


「……굉장하네요, 단 30일로,

제 인생의 대부분을 돌려놓았으니까요」


옆에 앉은 미야기는, 나에게 기대며 그렇게 말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아연한 얼굴로 미야기를 보고 있었지.

그야 뭐, 실존하고 있다곤 생각 못 했겠지.


「당신, 혹시 미야기씨?」하고 한 남자가 묻고,

「그래요. 별 볼일 없는 미야기입니다」하고 그녀가 대답하자,

내 손을 잡고는 「잘 됐네!」하고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미야기가 여기에 있는 거지?

어째서 주변 사람들의 눈에 미야기가 비치는 거지?




270


미야기는 내 손을 잡고,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저도 당신과 같은 걸 한 거예요」


내가 수명을 3일만 남기고 판 직후,

그 대리 감시원인 남자가, 그녀에게 연락한 듯하다.

『쿠스노키인가 하는 남자, 자신의 수명을 더 깎아서,

네 빚을 거의 갚아 버렸다구』 라고 말이다.


그걸 들은 미야기는, 바로 결심했다고 한다.


「3일 남기고, 나머진 전부 팔아버렸어요」하고 미야기는 말했다.

「덕분에, 빚을 갚고도, 아직 돈이 남았어요.

3일만으론, 도저히 다 써버릴 수 없을 정도로」




271


어라? 어째서지


오늘은 덥지도 않은데 눈에서 땀이 나오네




273


「그럼, 쿠스노키씨」


미야기는 나에게 미소 짓는다.


「앞으로 3일간, 어떻게 보내죠?」




274


분명, 그 3일은,


내가 보낼 터였던 비참한 30년보다도,


내가 보낼 터였던 유의미한 30일보다도,


훨씬 훨씬, 가치 있는 것이 되겠지.




275


끝.




276


수고했어 당신 최고야




278


엄청 긴 이야기였기에,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분은,

그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초반에 눈치채신 분도 계셨지만,

「원풍경(原風景)」이라고 불리는 그 녀석이 제 정체입니다.

제대로 이야기를 완결시킨 것과 더불어,

이걸로 다른 미완결 스레의 작가와 제가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게 증명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79


이런 마무리도 좋네. 정말로 최고. 또 다른 작품 읽고 싶어. 제발 써줘.




280


재밌었다.

미야기의 수명의 가치는 어느 정도였을까?




282


눈에서 땀이 났다.

수고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어.




283


좋은 이야기였다.




294


정말로 재밌었다.

멋진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 정말로 좋았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최근에 책장에 꽂혀있는 <3일간의 행복>을 발견하고는 위의 원본 스레를 소장용으로 올려본다.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여전히 '2ch 레전드 스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레. 스레에서 알 수 있듯 2ch에 투고한 게 원본이고 이후에 소설책으로 정식 출간되었는데, 소설책은 기본적으로 원본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몇 가지 작은 에피소드가 더 추가되어있다. 사실 큰 차이는 없음. 작가인 '미아키 스가루'의 다른 소설들도 재밌으니 같이 보는 걸 추천!


Comments